한 중년 여인이 추운 겨울날,
어느 포장마차 앞에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여인은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인의 엄마는 예전에 포장마차 장사를 하셨습니다.
하루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여인이 엄마가 일하는 골목 앞으로 갔습니다.
그날은 바빠서 그런지 엄마는 한 번도 앉지를 못했습니다.
겨우 사람이 줄어 들었을 때 짠! 하고 나타났습니다.
엄마는 놀라면서도, 추운데 뭐하러 나왔냐고
엇허 들어가라면서 손을 잡았는데 엄마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겨울에 바깥에서 종일 일을 하니 손발이 늘 차가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집에서도 늘 장갑을 끼고 계셨던 것입니다.
밤늦은 시간 들어오는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왜 그렇게 추운 데서 일해요? 따뜻한 데서 일하면 되잖아요?"
"막내야 여기 와서 야식 먹는 사람들 얼굴 봤니?"
엄마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니,
엄마는 '그것 보라'는 얼굴로 말씀하셨습니다.
"포장마차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꽁꽁 언 얼굴로 오지만
따뜻한 국물 한 그릇만 먹으면 얼굴에 미소가 생겨난단다.
그러면 내가 좋은 일을 한 것 같아서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지거든.
그 따스한 표정에 추위도 모르게 된단다.
여인의 엄마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함께 하면 추위가 줄어든다는 것을 엄마는 아셨던 것 같습니다.
여인은 포장마차 앞에서 나지막이 읊조렸습니다.
"엄마, 저도 엄마를 닮고 싶습니다."
삶의 어느 순간, 우리는 문득 과거의
익숙한 한 사람을 닮아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아침 가족들의 식사를 차려주던
어머니를 닮아 부지런히 아침을 맞이하지만,
실수투성인 저를 발견합니다.
무뚝뚝했지만 누구보다 자녀들을 가슴으로 사랑하셨던
아버지를 닮아 아이들에게 사랑을 표현해 보지만,
어색하기만 한 저를 발견합니다.
오늘은 왜 이리 당신이 보고 싶은지요.
늦었지만 당신을 닮고 싶습니다.
늦었지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 오늘의 명언
가장 진한 물듦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천천히 스며들여 닮아가는 것입니다.
- 혜민 스님 -
출처- http://www.onday.or.kr 따뜻한 편지 8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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